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닫기

바로가기 서비스

암 희망 수기

[암 희망 수기 8회] 우리 몸이 보내는 전조증상

2023-03-06 20:22

글쓴이 : 유*원

 벌써 5년 이상 시간이 훌쩍 흘렀다.

 2017년 5월 14일 새벽 4시경부터 수면 도중 이 세상에 태어나 일생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극강의 고통스러운 통증이 오른쪽 머릿속에서 갑자기 엄청난 쓰나미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참을성이 매우 큰 사람이었지만 머리를 감싸 쥐며 엄청난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119 엠블런스에 실려 집 부근 현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서 통증 주사를 맞았지만, 통증은 진정되지 않았고 응급의사는 주저함 없이 빨리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실로 가도록 권유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내 오른쪽 눈은 엄청나게 부어올라 있었고 눈은 완전히 감겨 있었으며 계속해서 눈물은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응급의사는 문진을 하고 간단한 검사를 하고 나서 ‘암’으로 추정되니 또다시 지금 바로 즉시 화순전남대학교병원으로 갈 것을 재촉하였다.

 그리하여 화순전남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통증 주사를 맞고 나니 겨우 고통스러운 통증이 잦아들고 나서야 직면한 현실을 자각할 수 있었고 말할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머릿속이 꽉 차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나는 ‘뇌하수체선종’이라는 진단명으로 63병동에 입원하게 되었으며 52병동에 근무하고 있는 딸은 연락을 받고 화들짝 놀라서 눈물 바람으로 달려왔다. 혈액암 병동에 근무하고 있었던 딸은 기숙사 생활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차가 없었던 터라 근무가 없는 날은 집에서 쉬었다가 이른 새벽이나 늦은 자정쯤 출퇴근할 때면 내가 데려다주면서 암병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지만, 막상 내가 그 주인공이 되고 보니 나를 포함한 딸과 가족들 모두 적잖은 충격에 빠졌었다.

 걱정과 달리 유능하고 능력 있는 ‘정신 교수님’ 집도 아래 오랜 시간의 수술 끝에 뇌하수체에 생겼던 3~4㎝의 종양은 제거되었지만 감겨져있던 눈은 2년 가까이 자율적으로 떠지지 않았으며, 냄새를 못 맡으니 음식의 맛도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악성종양이 아닌 경계성 종양이어서 천만다행으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점차 눈도 떠지고 냄새도 맡을 수 있어서 음식의 맛도 알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모든 호르몬들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서 정상 생활에 조금 다소 불편한 점은 있지만 5년이지나 MRI 검사 결과 더 이상 종양은 자라지 않았다는 기분 좋은 판정을 받았다.

 돌이켜보건대 55년 동안 병원 문턱이라곤 넘어보지 않았기에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전조증상일 거라고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가끔씩 생활하다가 물체가 겹쳐 보이면 노안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꾸만 눈을 비벼대기만 했었다. 발병하고 난 후에 알고 보니 종양이 자라서 자꾸만 시신경을 누르기에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조금씩 몸의 컨디션이 돌아와 지내던 중 정확히 2년 후인 2019년 5월 비금도에 트레킹을 갔다가 같이 갔던 일행들은 모두 앞서가 버리고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서 전혀 자의적으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119에 구조요청을 하고 쓰러져 버렸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심정지였고 급하게 한 사람은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한 사람은 너무나 긴박한 상황이라서 닥터헬기를 출동시켰다고 한다. 기적적으로 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나는 헬기에 구조되어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후 병원에 후송될 수 있었다.

 학동 전남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서 있다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진단을 받고 두 번의 수술을 진행하여 조금씩 회복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YTN 뉴스에 나올 정도였으면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 후에도 운동과 식단에 신경을 쓰며 생활하였지만 2022년 올해 또다시 두 번의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이때도 역시 몸은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소위 방사통이 뭔지 모르고 어깨와 등이 아프고 조금 호흡이 불편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토록 우리 몸은 어딘가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에게 이곳이 아프니까 빨리 병원에 데려다 달라는 신호 즉 전조증상이 생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지금은 주위에 있는 분들이 어디가 조금이라도 아프다고 말하면 절대 간과하지 말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서 진료를 받으라는 전도사가 되었다.

지금도 호르몬 개선제를 복용하며 새로운 질병인 심근 경색과 싸우고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전조증상이 생기질 않길 바라며 노심초사 주어진 삶에 기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희망예찬

                                유 * 원

어느 날 갑자기 문득 나에게
예상치 못했던 병마가 찾아오더라도
숙연히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봐요
그저 혼자일 것 같은 파란 하늘도
도란도란 구름과 함께 하잖아요

아프고 지쳐 주저앉고 싶으면
길가의 이름 없는 들풀을 봐요
온갖 비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쳐도
저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고
남모르게 안간힘을 쓰고 있잖아요

행여나 알 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무작정 그냥 포기하고 싶으면
칠흑같이 어두운 밤바다 저 건너편
희미하지만 환히 반짝이는 등대를 봐요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꿈을 주잖아요

고통스러워 눈물 뚝뚝 떨어지면
가슴속 저장된 추억창고를 더듬어
날 위해 기도하고 있는 가족들과
반짝이는 눈빛을 서로 함께 나누었던
귀중하고 소중한 추억을 기억해 보세요

불안정한 상황의 연속된 시련일지라도
내가 가장 소중하며 유일무이한 존재란
자기최면으로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
잠시나마 잃었던 건강과 웃음을 되찾기로
우리 서로서로를 토닥이며 약속해요


 
#암 치료 후기 #치료 후기 #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