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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희망 수기

[암 희망 수기 8회] 외손녀의 눈물

2023-03-06 20:24

글쓴이 : 이*기

 나는 대장암 확정을 받아 총 9회에 5회 항암 주사를 맞고 현재는 화순한방요양 암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암 판정받기 이전에는 대략 20분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하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다. 출근 어느 날 걷기가 힘들어지고 숨도 거칠고 구역질과 어지럼증에 쉬는 날 동네병원을 찾아 원장님께 자세한 증상을 말하고 채혈과 CT 촬영 결과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서 접수해 입원 수술하시라는 원장님 말씀에 간호사 도움으로 접수해 입원 날짜 금년 5월 7일 입원과 5월 10일 수술 날이 문자로 왔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 직장 대표께 근무하기가 힘들겠다고 전화로 사직 요청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시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수술할 날이 왔다. 대충 생활용품들을 챙겨 광주에서 차를 탔다. 금식 기간 3일 후 10일날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다른 부위로 암이 전위는 안 되어 불행 중 다행이고 수술도 흡족하게 잘 되었다는 교수님 말씀도 전해 주었다.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특히 아내의 따뜻한 보살핌과 묵묵하고 지극정성스런 간호에 감동은 행복 만땅이었다. 여태껏 저만 바라보고 이날까지 살아와 준 아내에게 상처를 줄 만한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나 기억도 해봤다. 우리 가족에게 죄송스럽고 미안하고 죄를 지은 것 같아 저가 미워졌다.

 입원 치료 중에도 우린 가족단체 카톡방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저의 아픔과 고통을 기쁨과 희망과 용기를 늘 주웠고 특히 외손녀의 재롱떠는 춤과 애교 섞인 말투의 영상통화에 우리 가족은 즐거웠고 저는 기뻤고 행복했다. 친할아버지보다 외할아버지가 더 좋다는 딸의 강요에 거짓말 같은 거짓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한편으론 딸에게 큰 죄를 지은 일이 있다. 격년 엽서로 배달된 의료보험공단의 건강검진을 꼭 받으시라는 딸의 간곡히 부탁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기에 그러했다. 건강했을 때 늦지 않다는 그 말을 수없이 듣는 말이다. 이런 말은 누구나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해서 적어본다.

 입원 어느 날 저에게 콧속에는 고무호스가 끼워졌고 링거병 호스가 4가닥이 늘어져 있고 그 상태로 치료실과 화장실을 다녔다. 외손녀와 영상통화는 망설여서 이런저런 핑계로 마음이 더 아팠다. 외손녀는 시집간 딸을 영상통화 좀 해주라는 심통과 투정에 두 손 들고 결국은 병문안 오겠다는 날짜까지 가족톡방에 올려버렸다. 그러면 다녀가라고 했다. 외손녀가 신나서 춤도 추었다.

 드디어 병원 도착했다. 저와 아내는 시간 맞춰 미리 1층 휴게실에 미리 와서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딸과 외손녀가 도착했다. 저는 등지고 앉았고 아내는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외손녀는 저를 마주치자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그리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주위 모든 사람들의 눈과 귀가 외손녀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아무리 달래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과 인사도 딸은 잊지 않고 했다. 아내도 딸도 저도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외손녀의 피눈물이 몹시 아프고 슬퍼졌다. 저는 자리를 피해 화장실을 갔다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멀리 지켜보다가 외손녀의 행동을 보며 기회를 노렸다. 조금은 시간이 지나 외손녀의 행동은 자유로웠고 활발하게 움직였다. 저는 빠른 걸음으로 가서 외손녀의 이름을 크게 불러 껴안아 주었다. 이제야 외손녀는 밝은 얼굴에 새하얀 이가 보였고 웃음소리도 났다. 외손녀는 다그치듯 말을 걸어왔다.

  “할아버지 얼굴이 왜 그러세요? 어디 많이 아프세요?”

 당황하는 저는 말을 잊지 못했다. 시집간 딸이 센스있게 답변을 대신해주었다.

  “걸어가시다가 돌에 걸려 넘어지셨단다. 괜찮으시데, 곧 퇴원하신단다.”

그제야 외손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저의 손을 꼭 잡고 밖으로 한사코 앞장서 이끌었다. 병원 내 운동시설 부근에 나무 의자 그네도 태워줬고 치유의 숲 산길도 걸으면서 “토끼와 거북이” 동화 이야기도 해줬다. 시원한 바람과 새소리와 매미 소리에 영화 같은 풍경이었다. 딸과 외손녀가 다녀간 후 그때 그 느낌으로 졸 시 한 편 지었다.

    치유의 숲

                       이 * 기

산새 소리 하도 고와
주머니 속 넣고 오다

구멍 난 줄 나도 몰라
다 빠져 버렸구나

두어라, 내년 이맘때 
다시 와야 되잖겠니?


 누구인들 우리네 삶은 힘들어 살고 있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는 것을 우리는 안다. 빠른 것도 요즘은 늦다고 본다. 병을 고치는 병원을 가장 가까운 친구로 만들면 어떠할까 싶어 이 글을 적어 본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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