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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희망 수기

[암 희망 수기 8회] 그날 이후 화순 여행

2023-03-06 21:24

글쓴이 : 이*연

 어린 시절 저는 부모님의 말씀을 잘 순종하는 소년이었습니다.
 술과 담배는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는 그 말씀을 순종하며 술과 담배를 멀리한다기보다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멀리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평소에 걷기와 등산 등을 하면서 일 년이 다 가도록 감기가 오면 감기약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를 닮아서인지 아이들조차 병원에 가지 않을 정도로 잘 자랐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병원을 잘 가지 않는 가족은 의료보험 공단에서 선발하기도 하였습니다. 두 번이나 건강 가족으로 선발되었다고 조그마한 의료용 전기제품을 보내주어 잘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은퇴 후 어느 날부터 갑자기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며 잠이 잘 들지 못하고 피곤한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왜 이렇지 다 나이 때문일 거야 나이가 들면 다 그렇다고 하던데 하며 잘못된 의학 상식과 카더라 통신에 의존하며 내 자신을 위로하였습니다. 또한 자랄 때 부모님으로부터 ‘병원과 ㅇㅇㅇ는 멀리해야 한단다’라는 말씀도 한몫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에는 자신한다며 약을 먹으면 그에 대한 부작용이 있을 터인데 뭐하러 병원엘 쫓아다니냐고 하며 나이가 들면서 부쩍 병원을 가는 아내를 따라나서며 핀잔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당신이 몰라서 그래요.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하지 않았어요? 당신도 몸이 아픈 데가 있으면 바로 진찰받으세요.”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구나! 몸이 안 좋으면 진찰받으면 되지 그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라구 며칠 후 고민 끝에 혼자 가정의학과를 방문하였습니다. 증세를 말씀드렸더니 피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10분 후에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검사 결과를 보시며 제가 보기에 지금 바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니 바로 종합병원에 가서 검사받아야 한다는 진단이었습니다.

 곧바로 지역에 있는 종합병원에 갔더니 검사 일자와 하루나 이틀 입원을 해야 한다며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검사일이 되어 곧바로 처음에 직장수지검사, 피검사, 소변 및 요속검사, CT, MRI 무엇보다도 생검을 해야 한다며 수술대에 눕게 되었습니다. 이틀 정도 입원을 하고 소변 색을 보시더니 퇴원해도 된다며 1주일 후 검사 결과가 나오니 다시 방문 일자를 정해주셧습니다.

 하루 이틀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병원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런데 평소 반갑게 맞아주던 간호사의 표정이 왠지 달리 보였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며 담당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한참 컴퓨터를 들여다보시더니 “이ㅇㅇ님은 전립선암입니다.” 담당 의사선생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같이 와서 꼭 결과를 보아야 하겠다는 아내는 울컥하며 바로 밖으로 뛰쳐나가더군요.

 바로 그날 6월 20일이었습니다

 “선생님 제가 암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또렷하게 제 귀에 들려왔습니다. 제가 지금 모든 진료 검사 영상과 기록을 드릴 겁니다. 그리고 바로 상급병원인 화순전남대병원으로 예약 일자를 잡아드릴 터이니 갖고 가셔서 비뇨기과 담당 의사이신 권ㅇㅇ 교수님을 뵙고 처방대로 진료를 잘 받으시길 바랍니다.
 7월 어느 날 화순병원을 방문하였습니다. 담당 선생님은 다시 정밀검사를 하시며 한 달 후 방문 일자를 잡아주셨습니다. 그날 저는 왠지 모르게 두렵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며 과연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가 궁금하였습니다.

 드디어 검사 결과를 확인코저 병원에 방문하였습니다. 교수님은 “이ㅇㅇ님은 암이지만 다행히 뼈나 장기로 전이되지는 않았습니다. 약 처방 받고, 호르몬 차단 요법을 하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전 너무나 좋아서 두 손을 치켜올리며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만세를 불렀습니다. 평소 한 번도 몸에 수술칼을 대지 않았던 저는 혹시 수술을 하자고 하면 두렵고 무섭기 때문에 그냥 자연치유 하리라. 마음먹었기에 제가 좋아하는 치료 방법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또 한 달 후 전립선 약과 호르몬 주사를 처방받고 다시 한 달이 흘러갔습니다. 진료하신 선생님이 처음에 “46이던 PSA 수치가 10으로 떨어졌습니다. 저는 0으로 낮춰지길 바랍니다.” 하시며 두 번째 호르몬 주사를 처방하셨습니다. 또 한 달 후 피검사를 받고 선생님은 “수치가 0.5로 떨어졌습니다. 거의 정상 수치입니다.”, “정말인가요.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지금부터는 이ㅇㅇ님은 방사선 치료를 할 겁니다.”, “방사선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가장 최적의 치료를 하는 것이 저의 목표니까요” 전 우선 수술하지 않고 완치가 된다는 말에 기쁘고 가슴이 떨렸습니다. “그래 암은 앎이지 너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함께 가지만 넌 나를 이길 수 없어 넌 이미 나의 포로이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거야” 하며 나를 위로하며 도닥였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열차를 타면 광주 송정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향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남광주역에서 내려 전남대병원 입구로 오면 전남대학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 사이를 한 시간마다 왕복하는 셔틀버스 아닌 힐링 버스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환자나 근무하는 직원을 위하여 버스를 왕복 운행하는 병원은 전남대학병원 말고 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무겁고 짓눌리는 가슴을 안고 화순병원을 진료차 방문하였지만, 지금은 아내에게 말합니다. “여보, 나 오늘 화순 여행 다녀올게” 아내는 “병원에 가는데 그렇게 즐거우세요”라며 손수 준비한 커피와 차를 챙겨 가방에 넣으며 “오늘도 잘 다녀오세요”라는 말을 뒤로 하고 저는 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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