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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희망 수기

[암 희망 수기 9회] 6년, 그 세월 후 나

2024-01-23 14:21

글쓴이 : 정*애
 아침에 일어나며 「아! 잘 잤다~」하고 큰소리로 외치며 오늘도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큰소리로 외치면 왠지 기운이 더 나는 것 같아진다. 이게 자기 최면이겠지… 
 눈을 뜨면 살아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아프기 전에는 그냥 일상이었던 것들이 2017년 3월 이후로 나의 생각과 생활 태도가 바뀐 것이다. 

 유방암 진단 후 찾아온 암울했던 기억도, 항암을 하며 힘들었던 고통도, 또한 일찍 찾아온 팔 부종도, 항암 부작용으로 손발 저림과 사시사철 발 시려움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포기하며, 그에 적응하며 모든 것이 내 인생인 양 안고 생활한다. 처음에는 고통이라 생각되던 것들이 이젠 비워낸 마음으로 그러려니 하면서 거기에 맞추어 산다. 그렇게 사는 것이 나를 이끄는 힘이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그것은 긍정의 에너지로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활력소가 되어 진다고 할까?

 암 진단 후 왜 나에게만 이렇게 큰 시련을 갖게 할까 절망하며 세상을 원망하고,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나는 남에게 불편감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적극적인 삶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큰 병이 찾아오니 너무나 서럽고, 화나고, 그 무엇도,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세상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시간을 계속 보내다 보니 의욕도, 희망도 보이지 않고 자꾸 무기력해져 갔다. 그래서 나를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마음을 비우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노력하며 늘 자기 최면을 걸었다. 「나는 편안하다, 나는 괜찮다, 그리고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이런 생각들을 억지로라도 하면서 나 자신을 달랬다. 그러면서 하루하루가 가고 또 한 달이 가고… 그렇게 해가 바뀌고. 이젠 수술 후 6년여의 시간이 흘러갔다.

 경직된 직장 생활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여유로운 인생을 가꿀 때가 왔구나. 뭘 하면서 인생 2막을 보람 있고 즐겁게 보낼까 하던 차에 암이라는 손님이 찾아왔던 것이다. 편안하게 남은 인생을 보내려 했던 나는 모든 게 흐트러졌고 이젠 그 꿈은 버리고 모든 것을 나의 일부분으로 인정할 수밖에.
 이제라도 암 재발과 전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젊어서는 하지도 않던 몸에 좋다는 것들을 만들어 본다. 콩을 팔아 메주도 만들어 띄워 장담그기도 하고 청국장도 만든다. 매실을 넣고 매실 고추장도 만든다. 과일이나 야채도 색깔별로 챙겨 먹는다.

 생동감을 찾기 위해 베란다에 화초 가꾸기를 하는데 계절마다 나에게 꽃을 피워주고 나는 그 꽃을 보면서 멍을 때리며 모든 고민과 걱정을 떨쳐낸다. 겨울엔 너무 예쁜 진분홍빛깔 게발선인장, 이파리에 독특한 향을 지닌 제라늄은 빨강·흰색·분홍으로 꽃을 피워낸다. 노란 갈란디바는 꽃이 가장 오래 피어 있어 흐뭇하다. 향기는 없어도 너무너무 화려한 군자란꽃도 마음을 밝게 해준다. 온 집안에 꽃향기를 가득 채워주는 긴기아난, 보랏빛 히야신스, 노오란 후리지아, 오월엔 탐스러운 분홍빛 꽃을 피우는 수국, 진초록 이파리를 뽐내는 동백, 연초록의 율마, 그리고 장미 허브까지 모두들 나를 필요로 하고 나는 꽃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또 한 가지 나에게 큰 수확(?)이 있다. 광주전남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 암생존자 등록을 하게 된 점이다. 암치료와 팔부종으로 인해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을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암에 대한 긍정적 정서를 공유하고, 암생존자들의 불안함을 달래주며 암예방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서다. 나는 암생존자지지센타에 등록을 하고 여러 교육을 받으며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비대면으로 실시하는 ZOOM 영상교육과 체험프로그램도 참여한다. 교육은 월별계획표가 공지되면 내게 필요한 교육을 신청해서 받는다. 동일 내용이 반복되지만, 선생님들의 설명은 늘 들어도 좋다. 나는 나태해지지 않고 긴장감을 갖기 위해 내게 필요한 교육을 신청한다. 불면증 해소를 위한 수면위생, 내 안의 불안 다스리기, 직업 복귀, 변화된 삶 적응하기, 바른 걷기 운동, 건강한 식생활, 피로 관리 등 여러 가지 유익한 교육을 진행한다. 영상을 따라 운동을 하거나 명상·이완을 하는 교육 시간도 있어서 좋다. 특히 체험프로그램은 내용도 좋고 환우들과 소통도 되고 일석이조다.

 또한 통합지지센터 선생님들께 건강상담도 받는다. 암환우들의 마음을 배려해 주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느 날 ZOOM 교육이 끝난 후 선생님께 암환자 치료정책인 산정특례 관련 질문을 했는데 자세히 알아봐서 답을 주겠다고 했다. 바쁜 와중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알아보았다며 즉시 문자가 왔다.
 「산정특례 종료되기 3개월 전에 공단에서 우편으로 안내를 하며, 잔존 암이 있거나 치료 중인 경우에 한 해 병원에서 연장신청을 하고. 단, 추적검사의 경우 기간 연장은 되지 않으며, 5년이 지난 후, 재발/전이 되었을 경우에는 진단일로부터 5년간 다시 산정특례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요.
 이렇게 친절하게 우리 암환우들을 위해 힘을 써주는 통합지지센센터 선생님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요즘 진행되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예술약방>이 있다. 그림이나 글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표현하며 마음 치유를 해 나아가는 교육으로 미술 치료전문가 선생님이 진행한다. 이러한 좋은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환우들과 건강관리에 대한 정보교환도 하고 소통하며 활기를 찾는 것도 나로선 너무 좋다. 가끔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라고 느끼기도 한다.

 암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의 힘들었던 심신이 이젠 적응과 마음 비우기로 점차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것 같지만, 몸의 한 곳이라도 어떤 증세가 나타나면 재발‧전이의 걱정이 되는 것은 암생존자 모두가 겪는 공통점이리라 생각된다.
 그 걱정에서 벗어 나기 위한 나만의 노력이 중요하다. 그 불안감을 떨치기 위한 나의 생활의 일부분을 적어 보았다. 암이라는 손님으로 인해 고통받고 마음속의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선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무엇이든 선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마음이 즐겁고 가벼워야 건강도 따라올 테니까.

 암환우 여러분 모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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