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와 심리상담

과명 : 정신과 / 교수명 : 김성완

운동선수와 심리상담

김성완 교수 / 정신과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야구 국가대표 투수 윤석민 선수가 최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기 중 심리적 충격을 받은 후 우울과 불안 반응이 있어 휴식 중이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 뛰고 있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한 선수는 운동선수의 심리상담이 미국에서는 매우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에서는 너무 소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털어 놓고 상담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우리의 문화적 영향 때문으로 생각된다. 미국에서 선수 생활 중인 박찬호 선수는 한때 슬럼프가 있었지만, 심리상담을 받은 후 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밝혀진 상담 내용의 핵심 중 하나는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투구 하나하나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김연아 선수 올림픽 연기에 잘 적용

피겨스케이트 사상 역대 최고점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 선수도 스포츠 심리학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는 스포츠 심리학의 중요한 요소를 이미 깨닫고 있고, 이를 잘 적용해 올림픽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최고의 대회인 올림픽 경기가 다른 어떤 경기보다도 부담이 작았다고 말했다. 이는 그녀가 남들이 갖지 못한 강심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김연아 선수는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된 이후 펼쳐진 갈라 쇼에서 점프하다 실수를 한 후 경기 때보다 더 떨렸다고 말했다. 마음가짐이 수행능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역설적으로 잘 보여주는 예이다.

김연아 선수는 올림픽 전 인터뷰에서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정해주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금메달을 따지 못해도 많이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어떤 결과가 주어지는지에 상관없이 즐겁게 경기하는 것이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내는 핵심적 요소가 된다. 하지만 금메달 리스트답게 멋진 갈라 쇼를 보여 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부담이 찾아오며 실수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은메달을 획득한 아사다 마오 선수는 김연아 선수가 경기를 하는 동안 경기장의 함성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이어폰을 꽂고 두 손으로 귀를 꽉 막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경기하는 순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 4분이라는 경기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결과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는 사람이 결과를 하늘에 맡기고 부담 없이 일을 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잘해야만 한다고 생각할수록 그에 따른 부담은 커지고 일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만다.

막연한 거부감 버리고 효율적 이용을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해 상담을 받는 것이 스포츠 선수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 긴장과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재 받으러 갈 때, 발표할 때, 또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에 이르기까지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과 부담을 겪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심리 또는 정신과 상담은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안정된 마음 상태를 유지해 보다 효율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정신과 의원은 물론이고, 정신보건센터가 기초자치단체마다 설치되어 있어 정신건강과 심리상태에 대한 기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정신건강과 상담이라는 단어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버리고 이를 통해 더 효율적인 일상생활을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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